회복일기23 [회복일기 19] 중환자실 눈치 속 재활병원으로 가기까지 중환자실에서의 재활, 여건의 한계중환자실에 머무는 동안, 재활치료는 일주일에 1~2번이 전부였다.법적으로는 하루 한 번이 기준이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해 현실적으로는 주 2회가 최대였다. 길랑바레 증후군 관련 치료는 대부분 마친 상태였고, 이제는 재활이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그 영향인지 회복 속도는 더디게 느껴졌고, 결국 담당 교수님께서 부모님과 면담을 통해 재활병원으로 전원(轉院)을 추진하자고 하셨다.진료협력센터를 통해 연계된 병원을 찾는 한편, 부모님도 발로 뛰며 병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전원을 앞두고 쏟아진 ‘눈치’와 대화들전원을 갈 가능성이 확정되자, 중환자실 분위기는 달라졌다.차지급 간호사들이 내가 언제 가는지를 내 담당 간호사에게 수시로 물어보기 시작했다. “2번 언제 간.. 2025. 7. 14. [사이의 시간들 9] 처음으로 내 힘으로 앉은 날 처음으로 침대에 기대지 않고, 내 힘으로 스스로를 지탱한 채 침대에 걸터앉았던 날을 잊을 수 없다.몸이 무너지고 침상 생활을 시작한 지 65일 만이었다. 재활치료도 병실 안에서만 받던 시기였고, 움직이지 못해 누운 채 스트레칭과 간단한 다리 운동만 하던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작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활기찬 치료사 선생님이었다.아마 두 번째 만나는 날이었을 텐데, 그 선생님은 "안 해본 걸 한번 해보자"며 나를 믿으라고 말했다."할 수 있어요. 저만 믿고 한번 앉아볼까요?" 누워서만 치료를 받던 나에게 "앉아보자"는 말은 놀랍고도 기쁜 제안이었다.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시도해볼 수 있다는 설렘이 훨씬 더 컸다.침대의 등받이를 세워도 상체에 힘을 주지.. 2025. 7. 13. [회복일기 18] 길랑바레증후군 환자의 중환자실 46일, 따뜻한 간호사의 손길 46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중환자실에 머물렀다.그곳에서의 시간은 고되고 외로웠고, 의식이 또렷한 채 생사의 갈림길에 머무는 건 상상 이상으로 버거운 일이었다.하지만 그 시간을 버티게 해준 건 다름 아닌 사람들, 진심으로 나를 돌봐주었던 의료진들이었다.우연히 큰일을 두 번이나 함께 치른 간호사 선생님중환자실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던 '인공호흡기 삽입'과 '기관절개술' 두 날, 신기하게도 같은 데이 간호사 선생님이 담당이었다.1년 차 간호사였지만, 이리저리 뛰어다닐 만큼 바쁜 와중에도 늘 상냥한 말투로 나를 대해주었다."금방 갈게요, 이것만 해놓고 올게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오래 기다리셨죠? 죄송해요"이런 세심한 말 한마디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었고, 기관절개술을 받는 날은 엄마의 부탁으로 내 손을 꼭 잡.. 2025. 7. 10. [회복일기 17화] 기관절개술과 홈벤트, 인공호흡기 치료의 전환점 기관절개술 결정, 더 나은 호흡을 위한 선택인공호흡기 튜브를 교체하고 안정을 되찾았을 무렵,담당 교수님은 일주일 정도 더 지켜본 뒤에도 개선되지 않으면 기관절개술을 해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젊은 여성 환자라서 흉터가 남는 기관절개는 피하고 싶었지만, 인공호흡기를 생각보다 오래 사용하게 되면서 위생적인 문제와 호흡의 안정성을 고려해 기관절개가 필요하다는 설명을 들었다.그 후로는 자발호흡을 회복하길 바라며 매일 기도했고, 자발호흡을 시도할 때마다 기계 호흡 모드를 조정해보았지만 이산화탄소 농도 상승과 호흡곤란으로 인해 실패가 반복되었다.결국 튜브 변경 16일째, 기관절개술을 받게 되었다.시술 전날과 당일, 긴장 속에 맞은 오후 기관절개술 전 시술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경부 CT(목 주변 CT) 를 촬.. 2025. 7. 6. [사이의 시간들 8] 나도 내 마음을 다 알 수 없어서 몸이 점차 회복된다고 해서, 마음까지 덩달아 회복되는 건 아니었다.편해졌다고 느꼈던 마음도 너울성 파도처럼 예측할 수 없이 깊은 바닥으로 내려앉곤 했다. 재활치료를 하며 새로운 동작을 시도할 땐 잠깐의 기쁨이 스쳤다가,곧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에 낙심하게 된다. 재미있는 영상을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다가도,자세를 고쳐보려 움직이는 순간 옆으로 기울어져 다시 몸을 일으키지 못하면 울컥한다. 나와 같은 병명을 가진 환자가 있었다는 소식에 잠시 희망을 품다가,그 환자는 빠르게 회복해 뛰어서 퇴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시 내 현실에 주저앉는다. 그래도 회복 속도가 빠르다는 선생님들의 말에 웃어보지만,그 동작 하나를 해내기까지 한 달 반이 걸렸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자괴감이 밀려온다. 가끔 다른 보호자들이 건네는.. 2025. 7. 5. [회복일기 16] 중환자실 소변줄과 잔뇨감, 혈전방지 주사 그리고 민감한 돌봄 이야기 중환자실의 기본 장치, 소변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대부분 정맥주사(IV), 동맥주사(A-line) 외에도 소변줄(foley catheter) 을 기본적으로 착용하게 된다.나 역시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직전, 응급실에서 소변줄을 삽입한 상태였다.소변줄을 착용하면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소변이 자연스럽게 배출되기 때문에 물리적인 불편함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전혀 다른 지점에서 시작되었다.혈전 방지 주사 후 시작된 혈뇨 사지 마비로 인해 오랜 시간 침상에 누워 있다 보니, 혈전 예방을 위한 주사를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복부에 맞았다.내가 맞은 약은 후락시파린(fraxiparine) 이었는데, 투여한 지 며칠 후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가 발생했다.의료진은 “혈전 방지 주사의 부작용일.. 2025. 7. 2.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