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 들어가자마자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그곳에 적응하느라 일주일 정도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저 빨리 호전되기를 바랐고, 그렇게 될 줄 알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인공호흡기를 언제 뗄 수 있을지,
몸이 언제 움직일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매일 천장만 바라보며
엄마가 오는 면회 시간만 기다렸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오늘 날씨는 어떤지—
그저 바깥이 궁금했다.
그래서 어느 날, 간호사에게 라디오를 부탁했다.
기계음만 가득하던 공간에, 라디오가 처음 흘러나왔을 때
효리 언니의 담담한 목소리가 나를 무너뜨렸다.
노래가 흐르는 순간, 눈물이 났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억울하다는 감정이 밀려왔다.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겨우 숨 쉬고 있는 내 몸,
움직일 수조차 없는 이 현실,
그저 침대에 눕혀진 채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던 하루들.
그날 이후,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울었다.
원치 않았던 이 상황이 원망스러웠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이대로 낫지 않을 거라면,
그냥 끝나버리는 게 낫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우울한 모습을 계속 보이자,
의사는 항우울제를 처방해주었다.
약을 먹고 나서도
하루 중 일정한 시간이 되면
눈물을 한 바가지 쏟는 건 여전했다.
그 시간은
세상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오직 나만이 갇혀 있던 고요한 감옥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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